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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MZ세대, 우리만의 질문을 꺼내다”

JB북 2025. 6. 5. 21:01

어느 날 친구 A와 카페에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A가 “요즘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누군지도 모르겠어”라고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별안간 SNS 타임라인을 스크롤하다가 “이게 진짜 내 모습인가”라는 자괴감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는 스무 살, 스물다섯, 서른이 되도록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읽어왔던 책들을 리뷰하는 공간으로 이 공간을 사용해왔다 개인적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블로그 포스팅을 소훌이 했지만 이제 다시 한 번 이 기회를 삼아 티스토리 블로그를 되살려보고 싶다.

 

 

지금 우리 MZ세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 태어나,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볼 수 있다는 기회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를 정의하거나 자존감을 유지하기란 훨씬 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학벌·스펙·회사 같은 전통적 지표가 예전만큼 우리를 규정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어떤 판단 기준도 없어진다. 동시에 SNS와 디지털 세상은 또 다른 잣대를 강요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한 장으로 ‘나의 가치’를 매기고, 틱톡 영상 조회 수로 ‘내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는 상황이다. 현실과 디지털 속 나는 같은 사람이라도, 그 모습을 비추는 거울에는 매번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 글은 누군가의 해답을 주기 위한 안내서가 아니다.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고민을 너도 하고 있니?”라는 질문을 꺼내기 위한 서문이다. 곧 이어질 글들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고,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 위에서 답을 모색해볼 것이다. 1부에서는 ‘나, 나 자신, 그리고 나’를 주제로 정체성의 의미를 탐구한다. 개별화된 시대에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는지 살펴보고, 프로불편러와 취향주의, SNS 속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의 경계, 불안한 완벽주의와 FOMO(포모) 같은 주제를 다룰 것이다. 2부에서는 ‘사랑, 우정, 가족’을 통해 관계의 재정의를 시도할 것이며, 3부 ‘일과 돈’에서는 워라밸, 자본주의에 대한 모순된 태도, 퇴사·갭이어, 파이어족·N잡러·크리에이터 같은 새로운 생존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4부 ‘믿음과 사회’에서는 정치는 쓸모없다고 여기는 냉소와 투표라는 실천 사이, 대기업 혐오와 브랜드 소비의 모순, ESG·페미니즘·기후운동 같은 신념이 소비를 이끄는 현상, 그리고 MZ세대가 상담·명상에 끌리는 이유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 5부 ‘미래’에서는 집을 사야 할지, 아이를 낳아야 할지, 어떻게 늙고 싶은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좋은 삶’에 대한 정의를 함께 고민해볼 것이다.

 

 

이 블로그는 마치 책의 챕터 한 장처럼, 각 글마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되, 독자 스스로가 최소한 한 가지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다음 글로 넘어가도록 설계되었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철학적 담론을 늘어놓지도, 무조건 유행을 좇는 가벼운 유머로 일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적당한 사례와 통계, 혹은 주변에서 흔히 듣는 대화 같은 예시를 곁들여, 읽다가 문득 “이건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동시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열린 태도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질문을 지속하도록 독려하려 한다.

 

 

독자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SNS 속 ‘나’와 현실 속 ‘나’ 사이에서 어떤 괴리를 느끼고 있는가?”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휴대전화 화면을 켜서 본인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는가? 좋아요 수가 부족하다고 불안감이 들지 않는가? 내가 만들어낸 디지털 이미지를 지우고, 다시 올려도 똑같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은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길 바란다.

 

 

이 블로그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새로운 글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물론 연재 실패로 미뤄질 수 있다) 첫 번째 후속 글에서는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의 경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우리는 SNS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그 포장이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 글부터는 “나는 왜 프로불편러가 되었는가”, “내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같은 소주제로 들어갈 것이며, 점차 우리가 겪는 고민의 깊이와 범위를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 글은 존댓말로 시작했지만, 이후 글에서는 “~같다” 체로 종결하며 가급적 경어체를 자제할 것이다. 너무 경어처럼 느껴지면 독자와의 거리가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때로는 직설적인 표현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고민의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물론 읽다 보면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내 경험과는 다르잖아”라는 반발심이 들 수도 있다. 그 반발심은 곧 당신만의 경험이자 관점이므로, 부족함 없이 솔직하게 자기만의 해석을 붙여보길 권한다.

 

 

이 블로그는 결국 하나의 대화창이다. 나(필자)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댓글이나 이메일을 통해 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이런 점이 와닿았다”, “이 부분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관점이 더 신선하다”와 같은 의견을 언제든 남겨달라. 독자의 반응은 글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때 큰 밑거름이 되며, 더 나아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MZ세대의 질문 모음집’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은 어떤 불안을 품고 있는가. “아직 나를 찾지 못했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블로그는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질문을 하나씩 꺼내서 함께 들여다보고, 때로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작은 쉼터 같은 공간이다. 부족하고 어설퍼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아직 성장 중인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이제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해보자.